
조기 대선, 공약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의 정치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며 유력 대선 후보들의 행보도 분주해졌다. 유세장은 다시 열기를 더해가고, 언론은 연일 후보들의 일정과 발언을 쏟아낸다.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공약'이라는 단어가 자리한다. 하지만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더 이상 화려한 수사가 아니다. 그들의 눈은 냉정하다. 화려한 말 잔치에 숨은 진심을 꿰뚫어 보려 한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한 가지일 것이다. “그대의 공약은 진심인가, 진실인가?”
거짓 공약의 유산, 국민은 잊지 않았다
우리는 기억한다. 선거 때마다 남발되었던 공약의 무더기들을. 당선 이후 실천되지 않고 묻혔던 말들의 잔해를. 표를 얻기 위한 '당근'으로 사용되었다가 폐기된 무성의한 약속들. 국정을 책임질 최고지도자가 내놓은 말들이 얼마나 가볍게 다루어졌는지를 국민은 똑똑히 기억한다. 한때의 감언이설이었던 공약은 국정의 걸림돌이 되었고, 그것이 곧 정치 혐오로 이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은 과거를 상기하며 묻는다. “이번에도 그러할 것인가?” 그 물음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후보는 정당성과 진정성을 스스로 잃게 될 것이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공약, 국민의 미래를 가로막는다
공약은 시대의 문제를 꿰뚫는 통찰이어야 한다. 지금 이 나라가 직면한 현실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기후 위기, 저출산 고령화, 사회 양극화, 인공지능 시대의 노동 변화, 청년의 미래, 지방 소멸의 위기까지.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중대한 과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후보들은 여전히 표심을 의식한 단편적 공약, 시대착오적 발언으로 유권자의 실망을 자초하고 있다.
어느 후보는 과거 정책의 실패를 반복하는 공약을 내걸고, 또 다른 후보는 실현 가능성 없는 환상에 가까운 비전을 들이민다. 유권자는 더 이상 '지금 당장 달콤한 말'에 속지 않는다. 진정한 공약은 그 시대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설계여야 한다.
국민의 삶을 위한 공약인가, 표를 위한 전시인가
정치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자리는 그 실천의 정점에 있다. 그런 점에서 공약은 단지 선거 전략의 일부가 아니다. 국민과 한 약속이자, 임기 동안 지켜야 할 책무이며, 지도자의 국가 경영 철학을 드러내는 지표이다.
하지만 일부 후보들의 공약을 들여다보면 그 본질이 흔들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전시용 행정, 인기영합주의, 여론몰이를 위한 이미지 중심의 공약들이 그 틈을 채우고 있다. 예산 조달 계획조차 없이 제시된 공약들, 공무원 수를 늘리거나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이율배반적 약속들이 현실 정치의 불신을 키운다.
공약이 실질적이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러기에 유권자는 공약의 내용만큼이나 그 실천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후보의 말보다, 그 말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공약 실천의 의지, 말이 아닌 기록으로 말하라
공약은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인 동시에,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과거 국정 경험이 있는 후보라면, 그 시절의 실적과 공약 이행 여부로 자신의 말에 대한 무게를 증명해야 한다. 정치 초년병이라면, 주변 인재와 실천 계획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유권자는 이제 후보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고, 어떤 사람들과 일해왔는지, 어떤 철학으로 정책을 추진했는지를 본다. 국민은 실천을 원한다. 결과를 본다. ‘말의 정치’는 종언을 고했다. ‘행동의 정치’, ‘기록의 정치’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대통령의 자격, 공약 실천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가
대통령은 공약을 실현하는 책임자다. 그것은 하나의 약속에 그치지 않고, 국정철학이 되어야 한다. 공약은 선언이 아니라 시작이다. 당선 이후가 더 중요하다. 국민은 기대한다. 국정의 혼란이 아닌 안정과 일관된 정책 추진을. 국가를 위한 결단과 국민을 위한 성찰을. 단 한 사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이기를.
공약을 내건 후보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그 약속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가? 당신의 공약은 권력을 위한 말인가, 국민을 위한 진심인가?
유권자의 몫, 진심을 가리는 투표를 위하여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다.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험대이며, 공약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다. 국민은 이미 눈을 떴다. 누가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하며, 미래를 설계하려 하는지를 가려낼 것이다. 유권자의 투표는 더 이상 관성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택이자, 공약의 진실성을 가리는 냉철한 심판이다.
모든 대선후보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당신의 말보다 행동을 기억할 것이다. 당신이 한 약속보다 그 약속을 지키려 했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당신의 공약은, 곧 당신의 철학이며, 역사 앞에 남을 당신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