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중동, 흔들리는 세계… 대한민국의 유비무환 전략은 있는가?

김헌태논설고문

2025-06-15 12:26:05

 

 

 

다시 타오른 화약고, 중동

중동이 다시 불붙었다. 이번엔 단순한 국지 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이란이라는 지역 강국 간의 직접 충돌이 현실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 이스라엘의 공습, 미국과 러시아의 엇갈린 대응은 국제질서를 한순간에 냉전 시대로 돌려놓고 있다. 세계는 다시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특히 이번 충돌은 단순히 군사적 갈등을 넘어서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원자재 시장, 금융시장, 외교 전선까지 전방위적 충격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한국처럼 자원 수입에 의존하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이 같은 전 세계적 파장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제경제의 지각변동,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전쟁이 본격화되자 국제 유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하루 사이에도 요동을 치며, 연초 대비 30% 이상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석유 수송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의 중심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사태는 단순한 단기 상승을 넘어 장기적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은 산업계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여기에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주요 수출산업은 글로벌 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게 되며,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는다. 경제 체력은 약화되고, 민생은 또다시 고통의 늪에 빠지게 된다.

 

국제질서의 재편, 강대국 각축장 속 전략적 자각 필요

이번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벌이는 지정학적 대리전 성격도 짙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에 더 가까운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동되어 동서 진영의 충돌 구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유엔은 무기력했고, 국제사회는 분열되어 있다. 자국 이익이 앞서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약소국의 생존 전략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에 서 있는가. 미국 중심의 안보 동맹 속에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지정학적 균형 속에서 우리의 외교전략은 어느 때보다 섬세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미국에만 기댄 일방 외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다극화되는 세계 질서에서 실리를 챙기되, 국가의 원칙과 주권을 지키는 균형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유비무환의 경제전략, 지금이 골든타임

중동 전쟁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택해야 할 자세는 바로 ‘유비무환’이다.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미 에너지 다변화 전략, 외환 방어 체계, 비축 자원의 확대, 산업 경쟁력 강화 등 다층적인 대응책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 박자 빠른 준비가 위기 앞에서 나라를 살린다.

정부는 비상 경제안보회의를 정례화하고, 유가 변동에 대비한 에너지 세제정책과 유류세 탄력 조정, 취약계층 대상 물가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수출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환율 안정정책, 수출금융 지원 확대, 수출시장 다변화 등 실질적인 기업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위기의 순간에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갈등과 분열로 얼룩져 있다. 정쟁은 끝이 없고,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는 민생을 뒷전에 두고 있다. 전쟁은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 파편은 한국의 가정과 기업, 골목 상권을 향해 날아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단합과 정부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빛을 발해야 한다. 혼란과 위기의 시대에 국민을 안심시키고 이끌 수 있는 국가의 리더십, 사실에 기반한 정보 제공과 투명한 정책 소통이 필수다. 위기 대응 매뉴얼만으로는 부족하다.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진정한 정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로운 국제질서 속 한국의 길

이번 중동 전쟁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자원의 무기화, 외교의 이중성은 앞으로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한국은 이제 과거처럼 단순한 추종자가 아닌, 능동적인 전략 국가로서의 위상 정립이 절실하다. 안보와 외교, 산업과 자원, 경제와 기술 모든 영역에서 중장기적 전략이 새롭게 짜여야 할 시점이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과의 외교경제 협력 강화, 전략적 비축 자원 확보, 국가 핵심기술의 자립화는 국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미래의 세계는 ‘예상 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한민국의 해법은 바로, ‘준비된 자의 힘’에서 비롯된다.

 

위기의 시간, 민족의 지혜로 돌파하자

중동에서 시작된 불씨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알고 있다. 준비된 자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비무환의 전략이다. 무분별한 낙관도, 불필요한 공포도 아닌, 냉정한 분석과 국민적 단합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국민과 정부, 기업과 사회가 하나가 되어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다. 거센 국제질서의 파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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